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그 때에는 지구본을 돌려보며 세계일주에 대한 꿈을 꾸곤 했습니다.
저의 이러한 소망을 간접적으로나마 실현시켜주었던 것은 바로 부루마불이었습니다.
부루마불은 씨앗사에서 1982년 출시한 국내 최초의 보드게임으로, 주사위를 굴려 도착한 곳에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임대료 수입을 통해 파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최후의 1명이 승자가 됩니다.
게임의 이름은 푸른 구슬(Blue Marble)의 일본식 발음인 자 부루 마부루(ザ・ブルー・マーブル)에서 유래되었으며 지구를 의미합니다.
게임의 전반전은 각 국의 도시가 적힌 게임판을 돌며 주권카드(소유권 증서)를 구매하고
후반전부터는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짓고 임대료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승자의 일방적 질주를 막기 위한 무인도(3회 휴식)와 특정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우주여행,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사회복지기금, 기회의 균등을 위한 황금열쇠 등의 제도적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변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루마불은 1934년에 발매된 미국의 모노폴리(Monopoly)라는 부동산 보드게임을 참조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모노폴리는 지금까지 100여개 나라에서 2억 개 이상 팔린 전설적인 게임으로 지금도 주요 할인마트의 완구 코너에서 꾸준히 팔려나가는 인기 상품입니다.
미국의 정치 운동가였던 엘리자베스 메기가 헨리 조지의 단일세 이론에 영향을 받아 독점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지주 게임(The Land lord's Game)이란 이름으로 1903년 개발하여 특허권을 취득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허술한 지식재산권 관리 시스템 때문에 대공황 무렵, 실직한 라디에이터 수리공이었던 찰스 데로우가 지주게임과 유사한 모노폴리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후 파커 브라더스에게 판권을 넘겨 우리에게는 찰스 데로우의 성공 스토리와 함께 그의 단독 개발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루마불과 같은 금융보드게임이 갖고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첫째,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경제관념을 익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액수의 돈으로 시작해서 수익률이 높은 지역에 투자를 해야 하고 그에 앞서 저축을 통해 투자에 필요한 큰돈을 마련해야 합니다. 때로는 예기치 못한 지출과 손해가 발생하여 그것을 다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서 돈 관리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또한 사회복지기금을 통해 자신의 돈으로 남을 돕는 경험을 하면서 기부의 중요성과 돈을 바르게 써야한다는 교훈까지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드게임이 금융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보드게임을 활용한 금융교육법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자서전 <살아 있는 역사(Living History)>에서는'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와 모노폴리를 하며 경제를 배웠다’고 회고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또한 미셸 오바마의 오빠는‘동생은 어렸을 때 모노폴리 게임을 하면 자기가 이길 때까지 계속하자고 우겼다’고 전해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둘째, 좁은 공간에서도 여러 명의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밖에서 함께 놀기로 약속했는데 날씨가 좋지 않거나 마땅한 놀이가 생각나지 않을 때 친구 방에서 부루마불을 펼쳐 게임을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고는 했습니다.
셋째, 세계의 나라와 도시에 대한 이름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필리핀 마닐라, 이집트 카이로, 덴마크 코펜하겐, 스페인 마드리드...정확히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알지 못했지만 세계라는 미지의 공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만족감을 주었고 호기심과 함께 어른이 돼서 직접 여행을 해보겠다는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랑을 받던 부루마불이 지난 1월부터는 엠앤엠게임즈에 의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되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 게임당 플레이 시간을 50% 이상 줄여 지루함을 최소화하고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다르게 주어지는30여종의 도전과제와 국가별26개의 토너먼트 대회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구현했다고 합니다.또한 넷마블은 부루마불을 모티브로 하여 온라인 게임 ‘모두의 마블‘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모두의 마블은 다양한 아이템과 재미있는 찬스카드, 미션 등의 방식으로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제 부루마불은 오랜 국민들의 애정을 바탕으로 변화를 거쳐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어린 시절 즐겨하던 추억의 게임이라는 점이 존재하고 있지요.친구들과 모여앉아 돈을 계산하면서 수의 개념도 익히고
장난감 돈이지만 '모두 내 돈이었으면...’ 하고 바라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비록 브라질의 수도를 상파울로로 착각하게 해주었지만(몇몇 도시들은 그 나라의 수도가 아니라 최대 도시) 돈 관리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고 친구들과 세계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준 부루마불은 언제나 반가운 게임입니다.
특허청 블로그 : 아이디어로 여는 세상
http://blog.daum.net/kipoworld/3189
덧글
......이거슨 미래의 땅투기업자를 키우는 게임이다-라고 격하게 외치고 싶어집...
@...
밸리 타고 와서 잘 보고 갑니다. :D
어찌저찌해서 서울을 샀는데 돈 맛 좀 들이기전에 황금열쇠 걸리면서 반액대매출 걸릴 때가 가장 멘탈이 붕괴될 때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